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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급한 뇌전증환자 2만명 넘는데, 장비없어 해외로"

뇌전증학회, 수술은 연간 300건 뿐…"중증 뇌전증 치료 후진국"

김아름 기자ar-ks486@bokuennews.com / 2019.08.09 11:08:05

레이저 열치료 수술장비로 뇌전증 수술을 하고 있는 모습(미국)

국내에 뇌전증 수술에 꼭 필요한 장비들이 없어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은 대기환자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뇌전증학회는 8일 국립중앙의료원 용역연구에 대한 중간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지적했다.

학회 연구에 따르면 국내 뇌전증 환자의 수는 약 36만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10만여명은 약물로 증상 조절이 힘들어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였다.

이들 중 여러 검사 후 수술대상이 되는 뇌전증 수술 대기환자는 2만2335명이었다. 더욱이 매년 약 2만명의 뇌전증 환자들이 새로 발생해 수술이 필요한 뇌전증 환자는 매년 1000명씩 증가하고 있었다.

문제는 수술 대기 환자에 비해 수술 건수가 너무 적다는 점이다.

뇌전증학회는"국내에서 뇌전증 수술은 1년에 1500~2000건 이상 시행돼야 대기 환자가 줄어든다"며 "년 1000건 수술을 한다고 해도 현재 뇌전증 수술 대기 환자만 모두 수술을 받는데 수십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뇌전증학회에 따르면 한국에서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 4000명 이상이 매년 수술전 검사를 받지만 실제로 뇌전증수술을 받는 경우는 300건도 안된다. 수술이 필요한 뇌전증 환자들 중 겨우 1.3%만 수술을 받고 있는 셈이다.

뇌전증학회는 이 같은 이유를 뇌전증에 꼭 필요한 장비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뇌전증 수술에는 뇌자도(magnetoencephalography, MEG)와 3차원뇌파(Stereoelectroencephalography, SEEG) 로봇수술시스템, 레이저 열치료 수술 장비가 필요하지만 국내에는 단 한 대도 없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뇌자도는 뇌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자기를 측정하는 최첨단 진단장비로 전세계에 179대가 설치·운영되고 있다. 국내에는 뇌자도가 한 대도 없어 중증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일본 교토대병원까지 가서 검사를 받고 있다.

뇌자도 한 대 가격은 30억원 정도로, 학회는 국내에 3~4대 정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SEEG 수술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뇌전증 수술법으로 미국과 유렵에서는 뇌전증 수술의 70% 이상이 SEEG로 진행되고 있다. 4월 기준 SEEG 로봇수술 시스템은 전세계 146대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SEEG 로봇시스템이 없어 기존 방식으로 수술하다보니 시간도 2배 이상 걸리고 정확도도 떨어진다는 게 학회의 지적이다. SEEG 로봇수술 시스템은 한 대당 10억원 정도 한다.

두개골을 열지 않고 조그만 구멍을 뚫고 내시경으로 뇌전증 병소를 제거하는 최신 수술 장비인 레이저 열치료 수술장비도 전 세계적으로 215대 운영되고 있지만 한국에는 한 대도 없다.

레이저 열치료 수술장비는 한 대당 5억원 정도다.

뇌전증학회는 "뇌전증은 0세부터 100세까지 모든 연령층이 앓는 국민 뇌질환이지만 난치성 뇌전증 치료에서 한국은 확실한 후진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술로 치료될 수 있는 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못하여 쓰러져서 얼굴, 팔, 다리가 찢어지고, 골절, 화상을 입고 죽어가고 있다"며 "뇌전증 환자의 부모, 가족들의 마음은 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의사들도 정부지원이 너무 없어서 절망감에 빠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50억원만 지원하면 중증 뇌전증 환자들이 일본, 미국에 가지 않아도 수술을 받을 수 있다"며 "치매에는 수조원이 지원되고 있다. 뇌전증 환자 수는 치매 환자의 50% 정도로 치매 지원의 100분의 1이라도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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